기사제목 “우리의 꿈은 더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겁니다.”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우리의 꿈은 더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겁니다.”

기사입력 2015.11.16 11: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1.jpg
 
2.jpg
 
3.jpg
 
4.jpg
 
5.jpg
 
6.jpg
 
7.jpg
 
“우리의 꿈은 더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겁니다.”

취업난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청년, 장년 할 것 없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막상 일터를 구해 들어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몸담은 조직에서의 여러 처우를 ‘견딜만’하거나, 가끔 나오는 경우처럼 그 일터를 정말 좋아할 수 있으면 비로소 그 취업이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이니 말이다. 대학 교육까지 받고 온갖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이런데, 취약계층은 오죽할까. 하지만 잘 찾아보면 좋은 일터가 많이 존재하듯, 취약계층을 위한 좋은 일터도 분명 존재한다.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엠마우스 일터가 그중 하나다. 엠마우스 일터는 지역의 장애인들을 고용하여 참기름, 두부, 콩나물 등 식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이자, 장애인보호작업장이다.
 
아니, 두부가 원래 이런 거였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건물 1층의 식당. 점심을 마친 직원들 사이에서 생일 축하노래가 크게 울려 퍼진다.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 코끝을 은은하게 자극하는 미역국 냄새가 맴돌았는데, 이 때문이었나 보다. 취재진도 함께 식사를 했다. 가지볶음, 잡채, 김치, 두부, 상추 샐러드, 장 건강을 위한 요거트까지. 웬만한 백반집보다 영양가도 맛도 훨씬 낫다. 그 중 유독 주목하게 된 건 두부였다.
  
 약간 녹색에 가까운 빛을 내던 두부가 궁금했다. “아, 이건 저희가 실험 중인 두부인데요. 검정콩을 같이 넣어서 만든 겁니다.” 엠마우스 일터의 최용대 팀장이 조금은 쑥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평소에 그렇게 두부를 즐겨 먹진 않는 필자는 내어주신 정성에 감사하며 간장을 발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세상에. 내가 알던 두부 맛이 아니다. 밀도가 높으면서도 텁텁하지 않고 아주 산뜻하다. 진한 순두부인 척하는 두부처럼 쉽게 부서지지도 않고 담백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런 두부라면 어느 국물에 담가서 먹지 않아도, 그냥이라도 몇 접시씩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대체 뭐가 다르길래 그런 걸까.
“쉽게 말해 두부를 만들 때 물을 많이 넣으면 밀도가 낮아집니다. 우리는 적정량의 물과 콩의 비율로 두부를 만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한 번 드신 분들은 다른 두부를 잘 안 드시더라고요(웃음).”
하나를 만들어도 정직하게 생산한다는 엠마우스 일터의 철학은 모든 식품에 담겨있다.
“참기름 같은 경우도 고온으로 오래 볶으면 양을 많이 뽑을 수 있지만 발암 물질이 생기거든요. 반면에 저희 참기름은 향이 기존 참기름보다는 은은한 편이지만, 쓴맛이 별로 없어요.”
 
말이 나온 김에 2층에 위치한 식품 생산 작업장에 들르니, 두부 제조공정이 한창이다. 유통기한에 예민한 식품 특성상, 맞춤 제작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적정 물량을 생산한다. 2015년 하반기부터 콩나물과 함께 지역 학교 급식소에 납품하게 된 두부는 올해 해썹(HACCP) 인증을 받아 더욱 믿을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최 팀장을 만나 엠마우스 일터에 대해 들어보았다.

일터를 통한 진짜 치료를 실현하다
 엠마우스 일터는 2004년 장애인작업활동시설로 시작한 조직이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의 심리, 운동치료를 수행하는 교육, 훈련기관이었다. 하지만 ‘직업재활시설’이라는 기관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방침상, 2009년부터는 생산을 통한 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변모하였다. 엠마우스 일터의 최용대 팀장은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엠마우스 일터의 든든한 지킴이다.
“현재 엠마우스 일터는 지적 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중증 장애인의 고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의 일이 곧 직업재활로 이어지는 곳입니다. 한 마디로 사회적기업이자, 직업재활교육센터이지요.”
 
복지기관이 직업재활시설로 바뀌면서, ‘어떤 것을 생산할 것이냐’는 조직의 큰 화두였다. 그 당시 시중에 중국산 참기름이 많이 유통된다는 사실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때의 엠마우스 일터에 아이디어를 줬다.
“국산 재료를 써서 정직하게 만들면 그걸 사드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거기다 너무 공정이 복잡하거나 기계가 많은 품목을 피해야 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해서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이 엠마우스 일터의 참기름, 들기름, 생들기름 시리즈다. 기계 하나 없던 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예산을 받아 시설을 마련하고, 교육장으로 설계되었던 건물 내부를 작업장으로 바꾸는 동안 많은 수고가 들었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최 팀장의 안내에 따라 3층 작업장에 들러보니, 대부분의 직원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다. 칫솔 보디 부분의 플라스틱 조각 다듬기, 냉장고에 부착하는 손잡이 일부를 스펀지로 둘러 붙이기 등 단순하지만, 기계로 작업하기에는 모호하게 어려운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작업장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식품 생산 작업만으로는 인건비 등 조직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 없어, 간단한 조립 작업을 부가적으로 병행한다는 것이 최 팀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체 매출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이렇게 크게 복잡하진 않지만 여러 일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급여는 어느 정도일까? 적게는 3시간부터 최대 8시간까지 일하는 이들의 급여는 약 40만 원에서 120만 원에 이른다. 급여 기준은 최저임금에 적용되며, 작업역량의 미숙으로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비장애인들에 비해서는 적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들이 일을 통해 학습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것의 가치는 감히 값으로 환산할 수 없다.
“처음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출퇴근 시간 지키기, 작업에 임하는 태도나 작업 속도, 이런 부분들이 오랜 기간 두고 보면 정말 많이 향상된 걸 볼 수 있어요. 부모님께 자기가 번 돈으로 선물을 사드리면서 자신에 대해 굉장히 자신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죠.” 최 팀장의 말이다. 이들에게 엠마우스 일터는 단순히 돈을 버는 곳 이상으로 삶을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다.
사회적기업의 업무 효율 높이기, 그 첫걸음은 IT 환경 개선으로
 요즘은 꼭 첨단을 달리는 벤처기업이 아니어도 사무실의 업무환경, 복지 시스템,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 유통되는 과정 등 업무 전반에서 스마트하면서도 사람을 존중하는 환경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이 직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사회적기업들도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생겼다. 더욱이 사회적기업은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라는 부가적인 목표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보다 더 많은 혁신과 높은 효율성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IT 환경 개선. 하지만 엠마우스 일터가 최신 IT 환경에 대해 느껴온 괴리감은 ‘원하지만 자체적으론 달리 바꾸기가 힘든’ 문제 중 하나였다. 현실적으로 이에 관한 인력을 충원할 수도, 집중 교육을 받으러 며칠씩 자리를 비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엠마우스 일터에게 ‘삼성 SDS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 ICT 맞춤지원 사업’은 정말 반가운 기회였다.
 
“우리의 상황을 알고 싶었어요. IT에 관한 부분이 뒤처지고 있진 않은 건지, 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요. 직원들이 IT 부문을 통한 업무 효율화에 대해 관심을 같이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 지원사업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비장애인 직원 여섯 명은 직업재활 교사이자, 직원들이 만드는 상품에 대한 판매나 홍보까지 개별적으로 전담 마크하는 역할을 겸했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은 필수적이었다. 주문 전화를 받은 내용도 확실하게 공유되어야 하고, 누군가가 출근을 못 하는 날에도 서로 커버가 가능해야 하니 말이다.
삼성 SDS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 ICT 맞춤지원에 선정된 10팀 중 하나가 된 엠마우스 일터는 우선 공통교육을 통해 디지털 사회혁신, IT매니지먼트, 스마트워크 등 업무와 IT를 연결할 수 있는 제반 지식을 익힐 수 있었다. 그후 비영리IT지원센터와 함께한 개별 컨설팅을 통해 조직에 어떤 IT 관련 니즈가 있는지를 진단받았다.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지원받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엠마우스 일터는 현실적인 조직 내 ICT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세 차례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필요한 것들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우선 협업의 기본이 되는 자료공유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나스(NAS)라는 공유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고요. 생산 작업과 더불어 직원들에게 제공할 교육이 많은 편인데, 전용 노트북과 스피커를 마련해서 보다 원활하게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죠. 직원들의 휴식 시간 만족도를 위한 PC도 지원받았습니다. 아직 컴퓨터를 쓸 수 있는 분이 많진 않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IT 교육을 늘려서 보다 많은 직원들이 컴퓨터, 인터넷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간 비용 부담이 심했던 소프트웨어의 정품도 테크숩(Tech Soup, 국제 IT 나눔 NGO)을 통해 염가로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컨설팅 과정을 통해 외부 소통창구 일원화, 직원들과의 소통 창구 확대에 전사적인 공감대를 강화하며 실행에 옮겨갈 발판을 마련했다. 다양한 지원을 통해 업무환경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는 최 팀장이 말했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된 시설들은 대부분 IT에 관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단순하게는 구형 기기를 사용하느라 업무효율이 낮아지는데도, 사정상 바꾸지 못하는 것부터요. 이런 지원들이 더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엠마우스 일터의 꿈은 간단하다. 장애인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
“저는 이분들이 원하시면 비장애인들이 정년퇴직하듯이 오랫동안 일하시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누구나 즐겁게 일하고 복지혜택도 많이 누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의 일과 삶을 개선함으로써 더 살기 좋은 사회를 꿈꾸는 엠마우스 일터. 제2, 제3의 엠마우스 일터에 필요한 것은, 소비자로서 좋은 상품에 관심을 두는 일, 그리고 딱 한 스푼 만큼의 ‘적절한’ 지원이다.

출처 : 함께일하는재단.
[사회적경제방송 기자 관계자]
<저작권자ⓒ사회적경제방송 & seb.or.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BEST 뉴스
 
 
 
 
 
사회적경제방송 (http://seb.or.kr| 설립일 : 2014년 12월 16일 | 발행인 : 고승현 / 편집인 : 김동현
 본사 :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시장길 7-23 / 나주지사 : 전라남도 나주시 오포길 31(영산동 75-3)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승현
사업자등록번호 : 412-81-38620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신고 : 광주, 아00415
대표전화 : 1670-5153 [ 오전 9시~오후 6시 / 토,일,공휴일 제외 (12시~1시 점심) ] |  i153@hanmail.net
사회적경제방송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